[창업] 사장님으로 변신 ‘전업주부’ 3인
“아파트 귀퉁이서 시작… 이젠 부업이 주업됐죠”


▲ 소자본 창업으로 큰 성공을 거둔 전업주부 출신의 배수현,송영예,김혜정씨(왼쪽부터).이들은 ‘아이들 키우느라 집에만 있는 것이 지겨웠다 ’고 입을 모았다.그래서 생활비도 벌면서 하루를 즐길 수 있는 사업을 찾아 나섰다는 것.이제는 남편보다 훨씬 돈을 많이 버는 사장님으로 변신했다./이기원기자



주부 송영예(36)씨는 5년 전만 해도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틈틈이 손뜨개질로 시간을 보내던 전업 주부였다. 컴맹이었던 그녀는 지난 99년 취미로 배운 손뜨개질을 인터넷쇼핑몰사업(www.banul.co.kr)으로 연결시키는 데 성공, 지금은 샐러리맨인 남편보다 무려 10배나 더 벌어들이는 ‘사장님’으로 변신했다.

송 사장은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의 방 한켠에 전화·컴퓨터·스캐너를 갖추고 용감하게 재택사업에 나선 케이스. 취학 전 아동인 딸 둘을 키우기 위해서는 재택사업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었다. 창업 자금은 고작 100만원.

송 사장은 “처음엔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손뜨개질 정보로 인터넷 쇼핑몰사업을 벌인다니 다들 고개를 저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업을 시작하자 여성네티즌들로부터 ‘손뜨개질 재료를 보내달라’는 주문이 쏟아져 들어왔고, 그녀의 인터넷 쇼핑몰 사업은 말 그대로 폭발적인 성공을 거뒀다. 성공의 비결은 주부들이 알고 싶어하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여기에 맞는 상품을 잘 갖췄기 때문이다.

그는 창업 4년 만에 ‘바늘 이야기’라는 이름의 손뜨개질 재료를 공급하는 회사도 설립했다. 현재 이 회사의 가맹 체인점은 전국 70여곳에 달한다.

요즘 젊은 주부들을 중심으로 창업 열풍이 불고 있다. 출산·육아·가사 등 갖가지 사연으로 정신없이 바쁘게 보내던 주부들이,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여유가 생기자 부업거리를 찾고 있는 것.

서울 광진구에서 초등학생을 상대로 ‘미세스 키’ 공부방을 운영 중인 주부 배수현(33)씨도 2년 전까지는 전업주부였다. 금융업체에서 2년, 학원강사로 3년을 활동했던 배씨는 집에서만 지내는 것이 지겹기도 하고, 생활비에 보탤 겸 해서 부업 거리를 찾았다. 그녀가 선택한 것은 집에다 공부방을 마련,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영어학습관리 도우미. 배씨는 본사에서 나눠준 영어 자료를 토대로 초등학생들의 영어공부를 도와준다. 처음엔 부업 삼아 시작했지만, 지금은 직장에 근무할 때만큼 번다.

“집안 일을 돌보며 하루 5시간만 투자하면 생활비는 거뜬히 마련하죠. 창업 자금이 전혀 안 드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학생들을 집으로 부르기 때문에 집안 일을 병행할 수 있다는 것이 그녀로서는 큰 매력이었다. 밥먹는 상을 학생들 책상으로 사용하고, 비디오·오디오·TV 등을 교재도구로 활용하므로 사실상 맨손으로 창업한 셈. 배씨는 “사업 초기 6개월이 가장 어려웠고, 지금도 가사와 부업거리가 구분이 안돼 힘들 때도 있다”고 했다. 현재 수익은 회원 80여명으로부터 월 회비 5만4000원을 받아, 이 중 본사에 50% 정도를 주고 나머지를 모두 챙긴다.

㈜바이오미스트의 향기관리사인 주부 김혜정(37)씨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부업전선에 나섰다. 김씨는 “9살과 10살 난 아이들 키우느라 8년간 전업주부로 있었는데, 이젠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커서 내 일을 찾기 위해서 부업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사교성이 좋는 김씨는 사무실이나 각종 점포를 쫓아다니며 향기를 판다. 배씨는 현재 250여군데의 가정이나 업소에 항균·아로마테로피·천연살충제 효과가 있는 향기가 담긴 용기를 설치해주고, 매달 향기 재료를 교체해준다. 김씨는 “오후 1~6시까지 돌아다니며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하기 때문에 힘들지만, 재미도 있고 생활에 활력도 된다”고 말했다. 매출액의 50%를 본사에 떼주고, 나머지는 모두 김씨의 몫이다. 월 수익은 200만원선.

여성창업대학원 양혜숙 원장은 “요즘 창업이 주부들 사이에서 최대 관심사”라며 “큰 돈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무점포 가맹사업이나 재택 사업이 인기”라고 말했다.

( 車秉學기자 swany@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