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욥 8:7)’.

송영예(38)씨의 창업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이 성경구절이 절로 떠오른다. 건축일을 하는 남편이 지방현장에 가 있는 바람에 주말부부가 된 송씨는 첫째아이를 임신한 뒤 시간을 죽이기 위해 손뜨개를 했다. 그렇게 시작한 손뜨개로 송씨는 연간 매출 20여억원의 회사 ‘송영예의 바늘이야기’를 일궜다. 그때 송씨의 뱃속에 있던 첫째 김미겸(서울 신용산초등 4 )양은 이제 겨우 열두살이다.


“여학생 때 뜨개질을 좋아하고 잘하는 편이었어요. 마침 동네에 손뜨개 잘하는 아주머니가 계셔서 그분께 한 수 배웠지요.”

송씨의 솜씨는 일취월장,스승을 능가하게 됐고 당시 한창 뜨던 PC통신에 뜨개질 주부동호회를 만들어 건전한 취미생활을 원하는 이들에게 손뜨개를 가르쳤다. 그녀의 홈페이지를 본 유아전문 잡지기자는 송씨에게 잡지에 손뜨개 코너 연재를 부탁해왔다. 그때까지도 그저 뜨개질이 재미있고,좋아하는 이들에게 그것을 가르친다는 기쁨 이상은 없었다.

“그러고 보면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은 남편 덕인 듯 싶네요. 주말마다 와서 완성된 모자며 목도리 조끼를 보고 너무 좋아해줘서 더욱 열심히 했고,사업으로 확장할 빌미도 마련해주었거든요.”

송씨는 1996년부터 3년 가까이 온라인에서 인기강사로 활동했고 동호인이 늘어나면서 온라인 판매로 재미도 꽤 봤지만 본격적인 사회생활은 꿈도 꾸지 않았다. 종갓집 종부로 딸만 둘 두었던 그녀는 ‘아들을 낳아야 된다’는 어른들의 바람도 부담이 됐고,무엇보다 살림의 아기자기한 재미에 폭 빠져 대문 밖을 넘겨보지 않았던 것.

1999년말 IMF 여파로 남편의 사업이 어려워져 그저 취미생활을 하면서 용돈이나 벌겠다는 송씨의 여유는 사치가 됐다. 가정경제를 생각하면 매출이 늘고 있는 온라인 판매를 오프라인까지 확대해야 했지만 그렇게 하면 주부로서의 재미를 포기해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치는 날이 이어졌다.

“그때 남편이 이러더군요. ‘가장을 누가 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제대로 하는 사람이 하는 게 중요하다’고요.”

종갓집 종손으로 애지중지 자란 남자가 하기 쉬운 말은 분명 아니었을게다. 송씨는 남편의 이 말에 힘을 얻어 오프라인 창업에 나섰다.

경기도 일산에 새로 생긴 대형할인마트 세이브존에 수수료매장을 얻어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계약금이나 보증금 없이 한 코너를 맡아 수익금의 20%를 내는 수수료 매장으로 시작했기에 100만원으로 창업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바늘이야기 매장이 지금은 전국적으로 100여개나 된다. 일산에 있는 본사와 명동점만 직접 운영하고 모두 프렌차이즈로,그녀의 사업영역은 처음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커져 있다. 1999년 손뜨개 강의와 동대문상가에서 떼온 실을 파는 것이 거의 전부였던 것이 지금은 실도 직접 OEM으로 생산 판매하고 있고,프렌차이즈 본사로서 가맹점을 거느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완제품 판매도 준비하고 있다.

“바늘이야기는 프렌차이즈로 너무 알려져 있어 ‘니트 송’이라는 별도회사를 차려 자체브랜드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핸드메이드 최고급 니트 제품을 백화점을 중심으로 판매하게 됩니다.”

이번 사업은 유통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것이어서 겁이 나기도 한다는 그녀가 위험을 무릅쓰고 완제품 판매를 추진하는 이유는 두가지. 그동안 배출해낸 전문가과정 이수자 1500여명에 대한 책임감과 이대로 두었다가는 핸드메이드 니트 시장을 중국에 완전히 빼앗길 것 같기 때문.

그동안 OEM으로 니트를 납품하면서 시장의 존재는 이미 확인했고,‘지금처럼 최선을 다하면 어떻게 되지 않겠냐’는 게 송씨의 생각이다.

중국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2년 전부터 시장조사를 시작했고,지난해에는 실무진까지 파견했으나 국내시장 사정이 악화돼 잠시 미뤄두고 있는 상태다.

“사업이 급성장한 것은 인터넷의 힘이라고 봅니다. 바늘이야기(www.banul.co.kr)는 우리나 최초의 손뜨게 인터넷 사이트입니다.”

물론 인터넷이 사다리가 되어주었겠지만 그 위에 올라선 송씨의 노력 없이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초창기에는 하루 4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고,가족들을 위해 된장찌개 끓이는 일도 미룬 채 오로지 일에만 매달린 결과다.

송씨는 혹시 창업을 생각하고 있는 주부라면 아이템을 멀리서 찾지 말고 주위에서 찾아보라고 권한다.

“손뜨개는 옛날부터 있어왔던 것입니다. 그걸 바탕으로 인터넷 사이트도 만들고 프렌차이즈화해 성공한 것이지요. 생활 속에서 찾은 아이템은 경기를 잘 타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디자인과 패턴 작업도 전문가에게 넘겨주게 돼 아쉽다는 송씨는 “아무런 시스템도 갖추지 않고 시작해 처음에는 너무 어려웠지만 손뜨개에 대한 사랑이 버팀목이 되어주었다”고 말한다.

손뜨개 사랑을 모든 이들과 나누고 싶은 그녀는 ‘엄마사랑 아이옷 손뜨개’ 등 누구나 보고 배울 수 있는 손뜨개 책을 5권이나 냈다.

김혜림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