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땀한땀 떠가며 작은 행복 느껴요”


*3년 전 유치원 교사에서 전업, 주부들 사랑방 역할
그녀는 예뻤다- 뜨개질 숍 운영하는 이홍열 씨


2평 남짓한 작은 숍에 주부들이 빼곡히 앉아 이런저런 얘기 나누며 빠른 손놀림으로 뜨개질을 하고 있다. 바로 삼천동에 위치한 ‘이홍열의 바늘이야기’ 숍의 진풍경이다. 오전시간 남편 출근시키고 아이들 학교 보낸 뒤 하나 둘씩 바늘이야기를 찾는다. 한 손엔 어김없이 실과 바늘이 담긴 가방이 하나씩 들려있다.

유치원 교사에서 뜨개질 전문가로

사람들마다 취미는 제각각이다. 이홍열(35) 씨 역시 취미로 시작했던 뜨개질을 업으로 하게 됐다. 지금은 ‘이홍열의 바늘이야기’란 재밌는 상호로 주부들에게 뜨개질 강좌까지 마련하고 있다.

꿈많은 여고시절 학업에 열중하다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해 시작했던 뜨개질. 그때부터 본다면 20여 년을 뜨개질과 함께 한 셈이다. 학창시절 때부터 손재주가 남달리 좋았던 그녀는 뜨개질 이외에도 손으로 꾸미고 만드는 것은 다 좋아했다.

“손으로 하는 취미생활을 안 해 본 것이 없을 정도예요. 십자수, 퀼트, 지점토, 종이접기, 구슬공예 등 거의 다 해 본 것 같아요. 그 중에서도 뜨개질할 때가 제일 즐겁더라고요.”

이 씨의 본업은 유치원 교사였다. 그녀의 여성스럽고 아기자기한 성격상 아이들과의 생활도 썩 잘 어울릴 것 같다. 그런 그녀가 취미로 즐기던 뜨개질로 숍을 운영하게 된 것은 분명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예전에 남편과 주말부부로 지냈던 적이 있어요. 그때 저녁시간이 한가하더라구요. 아이들 재워 놓고 조용한 시간을 이용해서 뜨개질을 하면서 결심을 했어요.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남들에게 알려주면서 즐기자라고 말이예요.”

이홍열 씨의 숍은 아는 사람이 지나다 들러 차 한잔 하고 가는 사랑방 역할도 하고, 뜨개질을 배워보고 싶은데 선뜻 시작하지 못하는 주부들에게는 강의실이 되기도 한다. 그녀의 친절하고 따뜻한 마음 때문인지 하루에도 2평 남짓한 숍을 찾는 이들이 줄을 잇는다. 빈 자리가 없어 그냥 돌아가는 이도 있을 정도다.

작품 구상도 열심히



요즘도 작품을 만들며 시간을 내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할 기회가 생기면 가방이나 옷을 직접 떠서 선물하곤 한다. 정성 가득한 선물을 받는 사람들은 모두 대만족이다. 아니 감동이다. 한땀한땀 정성스레 떴을 그녀의 모습을 생각하면 더 고마움이 더 할 것이다. 그런데 정작 두 아들과 남편을 위한 선물은 많이 준비를 못하는 것이 사실. 숍에 전시할 작품을 만들고 하루종일 숍을 찾는 주부들의 작품을 봐주려면 정작 자신의 것이나 가족들을 위한 것은 만들 시간이 없다.

“얼마 전 남편과 아이들 옷을 세트로 떠 준 적이 있어요. 굉장히 좋아하더라구요. 그런 모습 보니까 가끔 가족을 위해서도 실력발휘를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실했어요.”

새로운 디자인을 구상하는 데도 시간을 많이 투자한다. 그녀는 틈이 나면 백화점이나 서울의 동대문시장을 다니며 유행하는 패턴을 파악하는 데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실제로 숍을 둘러보면 똑같은 디자인의 옷이나 가방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다양한 디자인과 색으로 누구나 한번 보면 ‘나도 한번 떠볼까?’하는 생각을 자아내게 하기 충분하다.

겨울 스웨터처럼 따스함이 넘치는 작은 공간인 ‘이홍열의 바늘이야기’는 주부들에게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리고 안주인 이홍열 씨는 한땀한땀 뜨개질을 하며 그렇게 행복하다.




서현경 기자(shk@daejeonplus.com)
사진/ 이종탁 기자(ljt@daejeonplus.com)